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94.80년 이후 재개된 동학혁명기념행사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20:20

80년 이후 재개된 동학혁명기념행사

 이우송 사제칼럼

 

며칠 전 정읍과 고부 이평에서 동학혁명 백주년 기념행사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1968년부터 80년까지 민간주도로 하던 동학제가 5.18 계엄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땅히 되새겨 기념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 지난 80년 이후 중단 된지 14년 만에 고부농민 봉기 동학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다시금 민간이 중심이 되어 기념행사를 한 것입니다.

동학 농민 혁명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지켜보면서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동학란 또는 전봉준이 농민들을 부추겨 국가에 반란을 일으킨 정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던 속칭 동학란 이 진보 사학계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규모와 이념적인 면에서 농민봉기로 보기보다 정치개혁을 외친 하나의 혁명으로 간주하며 또 농민들이 궐기하여 부정과 외세(外勢)에 항거하였으므로 갑오농민전쟁이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동학란에서 출발해 갑오농민전쟁으로 기록되는 과정을 상기하며 되풀이되는 역사를 체감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지만 백년전 이 땅의 민중들은 조선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바탕을 둔 부 정과 부패 수탈과 억압의 삶을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우리 땅을 넘보며 침략의 손길을 뻗어온 일본을 비롯한 외세를 물리치기 위한 정당한 항거는 전라도라는 지역에 국한된 운동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날던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동학혁명은 수구꼴통세력인 친일파에 의해 왜곡 축소되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지요. 또 이 땅의 역대 독재정권은 독립된 일국의 통치자이면서도 아직까지 일제의 식민지 역사관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당한 역사평가 한번 내리지 않고 정치적 이용물로 악용할 궁리만 생각해 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갑오년 농민들의 저항정신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해방운동의 토대로 역대 독재정권하에서는 민주사회 실현을 위한 정신사로 면면히 이어 지켜왔습니다.

동학 백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 민족의 당면한 위기만을 연관시켜 생각해 볼까합니다.

오늘 시점에서 당시와 차이가 있다면 왕조사회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온 것 이외에는 생존권 민족자주권 등의 구호에도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농산물 개방으로 농촌이 파탄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이 날의 행사장 분위기는 사람이 하늘이다 쌀개방 절대반대 등 우루과이라운드협정 비준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미국과 일본들이 우르과이라운드 합의 내용을 전격수정 재협상의 여지가 생겼고 정한 기한을 넘기며 가트에 제출할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니라가 20%가 안 되고 있는데 BOP(적자우대국조항) 품목의 재협상 자체도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는 정치차원의 되풀이 되는 주장은 심히 우려가 됩니다.

작금의 현실은 백년전 갑오농민전쟁 때나 문민정부가 집권하는 오늘이나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고부군수 조병갑은 사라져간 역사속의 인물이 아니라 오늘의 외세자본주의 세력과 야합한 통치세력으로 엄존해 있다는 착각까지 하게 됩니다.

둘째는 국방의 문제입니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IAEA 핵사찰 수락에 관계없이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남북평화통일 의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이고 미국이 페트리어트미사일을 방어용 이라고 주장하나 성능자체가 불완전할 뿐 결과는 결코 방어용일 수 없습니다.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는 오히려 언젠가는 꼭 이루어야 활 통일 조국 을 가로막는 결과가 됩니다.

페트리어트미사일의 한국배치기 결국 우리민족의 안보와 삶의 질을 악화시키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군수산업관련자들의 음모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우리 정부가 페트리어트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들어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과연 팀스피리트 훈련이 정말로 중단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마치 백년전의 동학군을 짓밟던 외세는 상대가 바뀌었을 뿐 오늘도 여전해 보입니다.

끝으로 동학혁명 백주년이 되는 금년은 여느 해와는 다른 다짐이 필요합니다.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주장하면서 왜래에 맞서 슬기와 용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선조들의 의로운 항쟁의 중심사상조차 계승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실로 민족의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BS 199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