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연구소/安哲(안철)

사람 사는 이야기[1] 김정관

▪살림문화재단▪ 2013. 6. 2. 03:05


       

            사람 사는 이야기{1}

 

                                           글쓴이: 김정관

 

   어느 여자가 교회 사무실에서 목사를 만났다

   “ 목사님, 은영 이예요. 안녕하세요?”

   “은영이..... 몇 년 만인가. 20년이 넘었겠네?”

   “그런가봐요.”

   여자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짝퉁 명품 가방에서 흰 봉투를 껴내며

   “목사님, 이번 주일에 헌금해주세요.”

   이 봉투 안에는 백 만 원권 수표 다섯 장이 들어 있다.

   목사는 헌금이라는 소리에 얼굴이 굳어진다.

   필시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라도...

   이 여자는 죄인이라도 되는 양, 목사 앞에서 굽 신 거린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셔요.”

   근엄한 표정, 기름기가 얼굴을 더욱 거룩하게 보이게 하는 목사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은영이를 부른다.

   “은영야? 이 돈 가져가.”

   “왜요, 목사님”

   “은. 영. 이 자신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사무실 안은 무거운 침묵이 계속된다.

   사무실에서 목사와 같이 사는 천사도, 마귀도 숨을 죽인다.

 

   항시 돈이 오가는 자리는 은밀하다. 은밀하기 때문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

   하느님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성화 속에 예수는 은영이를 보고 웃고 있다.

   목사는 재판관처럼 근엄하게 아무 말이 없다. 옳고 그름을 자신이 판단하려는 저 오만불손한 모습이 가증스럽다.

   그리고 거만하다. 자기가 하느님이 되는 양 거드름을 피운다.

   은영이 귀가에 금속음처럼 들려오는 “이 돈 가져가.”라는 소리에 앞에 캄캄해진다.

 

   = 이 더러운 돈을 헌금으로 낸다고/ 더러운 X 같으니=

 

   "목....사....님...“

 

   은영이는 봉투를 들고 급히 도망쳐 나온다.

   목사는 은영이가 술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은영이 헌금을 받지 않았다. 더러운 돈.

   장로가 노동자에 피를 빨아 얻은 소득을 헌금으로 바치는 것과, 집사가 주식과 펀드로 얻은 돈과 은영이가

   몸을 팔아 얻은 소득을 헌금으로 바치는 것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누구 헌금이 더 거룩한 헌금일까?

   은영이는 하느님께 이 헌금을 바치면서도 이 돈이 더러운 돈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목사는 하느님께 바친 헌금을 받는다, 받지 않는다고 판단할 권리가 있는가?

 

   예수의 애인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막달라 마리아의 직업은 창녀였다.

   예수는 그를 사랑했고, 그의 사랑을 몸으로 받으셨다.

 

   은영이는 자기 집으로 가는 길에 교회당 십자가에서는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