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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화두의 사색

▪살림문화재단▪ 2014. 1. 14. 21:44

 

살림단상칼럼니스트 강행원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화두의 사색

                                                                                         강 행 원(화가)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우리사회에 던져진 이 ‘화두’가 요동쳤던 이유가 무엇일까? 화두라는 말은 불교용어인데 우리의 일상에 보편화된 단어로 쓰이고 있다. 문화사적으로 접근해 보면 인간의 영원성을 증 하는 많은 종교들 가운데 불교가 지니고 있는 특징이기도 한 깨침의 수행을 매개한 용어이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깨침의 개념용어에 대한 유형이 곧 화두이며 그 이칭이나 별칭을 공안(公案)이라고 한다. 또한 공안은 불교의 공론화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법칙으로 1700가지의 안이 있다. 이 개개의 안을 화두로 삼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진리를 참구하는데 던진 물음이다. 한문의 뜻풀이로는 화두의 ‘화(話)’는 말이라는 뜻이고, ‘두(頭)’는 머리, 즉 앞서 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화두는 말보다 앞서 가는 것, 언어 이전의 소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화두는 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참된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의심하는 물음이다. 동시에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고 있는 문답에 대하여 의문을 일으켜 그 답을 구하는 것이다. 이 시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안녕들 하시냐.’는 이 화두의 근원은 민생이 안녕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고려대학의 게시판에 나붙은 이 어언(語言)의 자보는 민초들의 삶을 향해 던져진 안부를 묻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 파급은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의 각 계층에서 우리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답이 쏟아지면서 성탄절과 세모에 이어 갑오년 새해를 맞는 시대적인 이슈로 떠올라 정가(政家)에 부는 태풍의 눈(眼)이 되었다. 그 파장은 철도 노조파업을 비롯한 민노총의 동조 시위가 추위를 헤매는 소란한 아픔이 되어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이어졌다.

 

민생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회자되어 화두로 떠오른 상황마저도 박근혜 정부는 법과 원칙만을 울타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화두를 깨친 민심은 한 돌을 맞는 새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와는 달리 분열과 불통으로 점철된 희망 없는 1년, 잃어버린 1년이 되었다고 탄식한다. 이 화두는 치자(治者)에게 오만과 권위주의로 국정을 공안기관에 얹혀 이념대립을 조장하고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한 통치실패의 경고이다. 그럼에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국방부와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불신을 여태껏 청산하지 못한 정치공방은 부인할 수 없는 원죄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더욱이 이데올로기마저 살아져 가는 지구주의로의 합일이 요구되는 글로벌 시대에서 구태한 반공이념의 올가미와 새마을 사업 조장은 유업의 극치이다.

 

박근혜 정부 신조인 원칙 1년여의 치적 중 WTO 정부조달협정의정서 개정 밀실처리를 비롯해서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과 통진당 해산청구 등의 비판세력 단죄도 힘의 강압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라면 무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특정 지역출신의 인사 독식으로 계층, 세대, 이념, 지역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 시켰다. 결과는 취임 1돌 내내 전세가격 최장 상승, 재벌들의 무차별한 시장침범, 물가상승으로 인한 눈덩이가 된 가계부채, 비싼 대학등록금 등은 학생들과 민생의 심적 고통의 긴 한숨이 오늘의 화두로 떠 오른 것이다. 게다가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실업의 경제적 소외계층은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치자는 사전에도 없는 창조경제만 외칠 뿐 서민들을 위한 복지공약은 실종되어 오간대가 없다.

 

이 시대의 이슈로 떠오른 화두의 문제는 인문학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질문하여 참 주이공이 누구이며, 상식을 뛰어넘는 의문에 대한 기저의 답이 더 요구된다. 그 힌트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사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적 폐단과 모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주화의 바른 길을 후퇴케 하는 그 장애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려보라는 암시이다. 요즘 대학에서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없어서 과목이 폐지되다 시피 한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Media)가 앞장서서 인문학 열풍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글로벌 시대의 오늘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문적 내공 없이는 어떤 분야건 간에 진보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인문학의 전통은 훈민정음의 창제,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론, 실학의올바른 학문정신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높은 정신문화의 절대적인 억념 없이는 진보할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을 고양하여 행복하게 하는 첩경이 바로 이러한 정신문화의 힘이다.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현재입장을 지도자가 풀어내지 못한 먹통의 장벽만큼 문화수준도 굴절되어 있다. 비단 문화후진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치자의 철학적인 의지에 따라 성숙 속도와 위치가 비레하기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OECD가입 36개국 중 대한민국의 삶의 질은 26위라는 통계가 있다. 허탈하지만 삶의 질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우리의 국력은 세계경제의 11~12의 교역대국임에도 민생의 대부분 문화수준은 고작 아프리카의 빈곤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아연실색할 일이다. 지도자가 인문학적 내공의 철학적인 반성 없이는 앞으로 어떤 불행이 찾아오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반짝이고 있는 가요와 춤이 결합한 한류에 고무되어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한 드높은 소리에 거창한 그 이름만 드날릴 뿐 낙후된 문화 혼은 졸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백범 김구 선생의 어록 중에서 소중히 새기고 싶은 한 구절을 상기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곧 국격(國格)이며, 나라의 얼굴인 동시에 세계가 주목하게 되는 아름다움의 표상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수립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철학을 가진 김구 선생이 최초의 통치자가 되었더라면 419나 516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색을 해본다. 우리는 여태 군사문화의 질곡 속에서 민주화가 많이 성장 되었지만 다시 그 유업을 보는듯한 통치자를 바라보면서 이 말이 나오기 이전의 소식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다투어 공약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불통의 1년을 마감한 2년차의 신년사는 대부분 경제부흥에 치우친 1년차의 연장으로서 재 성공을 바라지만, 이를 실현하는 조건에 붙여 넘어야 할 큰 산인 노사정과 야당 소통, 선거법과 국정원 개혁은 불가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작금의 화두를 반추하지 못한다면 철학과 인문학이 부재한 탓이다.

 

세상이 이토록 시끄러운 이 아픔을 치유할 해법이 신년사를 통해서도 법과 원칙만을 철옹성으로 강화하겠다니, 그 기대는 불통을 넘어 먹통이 전제된 것이니, 금년을 미리서 잃어버린 결과를 보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의 인문학은 높은 도덕성과 창조적인 실학이다. 해서 법 이전의 도덕성과 반성의 반추는 통 큰 소통을 실현 할 수 있으며, 생각이 다른 대상도 함께 주인공임을 인정하는 것이 시쳇말로 대박인 것이다. 치자의 말은 통일을 대박이라 하고, 금년을 향한 사자성어를 전미개오(轉迷開悟)라 했지만 준비도 없는 통일은 될 수도 없지만 허상일 뿐 대박이 아니다. ‘전미개오’ 또한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는 초월지(超越智)이다.

 

그 깨달음은 열반(涅槃)에 이른 불교의 대덕(大德)성취를 의미함인데 소통을 막아버린 지혜로 무엇을 구하겠다는 것인지 토끼 뿔과 거북 털을 기대하는 격이다. 문제는 정적도 민심도 남과 북도 모두 소통으로 넘어 이른 지혜만이 앞으로의 통일 숙원의 진전과 국민 대통합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전미개오가 있기를…

 

                                      2014년 1월 7일 윤산 화선재 우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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