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국민의 성금을 내서라도 지켜야 할 폐교 /다석채플

▪살림문화재단▪ 2013. 4. 15. 23:15

 

국민의 성금을 내서라도 지켜야 할 폐교

경제이우송/조각가,칼럼니스트


우리 농촌은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취학 아동의 절대수가 부족해서 교육부는 해가 다르게 분교처리 혹은 폐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긴 안목으로 볼 때 이농현상은 일사적인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초기에는 자치단체에 한해서 폐교된 학교를 임대 및 매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용도 또한 교육을 위한 장으로 사용할 때만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최근에는 매각 대상을 확대해서 제한을 없애고 공익법인이니 사회단체 그리고 일반인에게도 매각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학교는 팔아서는 안 될 국가의 재산으로서 국민의 의무교육기관입니다. 일시적인 이농현상을 놓고 단체 및 일반인에게 매각했을 경우, 사유재산화 될 공산이 매우 크며 이미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젠가 농민들이 다시 돌올을 경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팔기는 쉽지만 다시 살려면 그때는 땅값이 올라 매입이 어려울 것이 분명하고 그때 가서 농촌에 운동장 없는 빌딩 학교를 세울 것인가. ‘교육의 터’ 라는 긴 안목을 갖지 않는 교육부의 졸속행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로 이미 어느 지역에서는 소유권 분쟁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시골의 국민학교는 교육청이 매각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

물론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마 기증 형태에 따라 국가재산이 되었으므로 소유권이 교육 부에 있다 하겠으나 대다수의 시골 학교가 그렇듯이 그 옛날에 마을주민들이 쌀가마를 모아 교사건축비를 대고 땅을 희사해서 인가를 받아 세워진 학교가 태반입니다.

소유권의 우선순위를 치자면 크게는 국가의 소유이며 작게는 마을민의 소유이지 교육관청에서 매각해 사유물로 전환시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매각이 계속된다면 도시인들은 위한 야영장 그리고 주말농장 관광농원 등으로 도시인들의 시설이 들어와 농촌의 기존질서에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한번 매각된 학교시설은 어떻게 용도변경이 되어도 교육청의 권한 밖으로 비켜서고 맙니다. 임대를 주었다가 나중에 교육당국이 필요로 해도 용도를 다시 돌이키려 해도 기득권을 주장해대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셋째로, 농촌 출신이 아니라도 깨달음직하지만 시골학교는 농촌의 정서적 공동체를 일궈내는 매개체로서 활용방안이 요구됩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전 국민학교는 비록 농촌을 떠났지만 어느 학창시절보다도 기억에 남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참고 있습니다.

최근에 폐교되어서 매각 처분되어 야영장으로 사용하는 학교를 일부러 둘러보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나무며 교실의 마루바닥 여기 저기 나뒹구는 작은 책상과 의자들 어느 것 하나 옛 추억을 더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애들이 방학이라도 하면 시골에 보내야하고 어른이 된 우리들도 명절이면 어릴 때 뛰놀던 모교로 모이지요. 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 동생 형 선후배들이 모여 돼지불알로 공 차던 옛 시절도 생각하며 공도차고 배구도하며 그 시절의 양지바른 변소 앞에 모여 아직 고향을 지키는 남 여 친구 녀석들에게 고맙다는 말이며 도회지로 나가서 사는 녀석들의 애환도 나누곤 합니다. 우리가 자란 시골학교는 아직도 마을공동체의 중심이면서 마음의 고향입니다.

언젠가 돌아오리라 마음먹고 도회지로 떠났다 시집가고 장가들어 살다가도 명절이라고 찿아온 고향의 시골학교가 외지 도시민들의 관광농원이니 영업시설이라도 들어서기 시작하는 날이 오지 않으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아직도 교무실에 붙어있는 행사판과 전교생 58명의 통계판, 그리고 교실에 붙어있는 현숙이 미화 영석이의 크래파스그림과 개발새발 씌여진 동요들 그리고 교무실 앞에 매달린 학교 종을 쳐보며 ‘에밀래종’의 슬픈 소리를 듣는 듯 가슴이 저미어 오는 것은 나만의 느낌 이었을까요.

잡초 우거진 교정을 나오며 교정 앞에 매달린 학교종 그 옆에 세워진 다소 유치해 보이는 유관순과 세종대왕상을 보면서 선조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을 하실까. 하며 부질없는 염려도 해봤습니다.

교문 앞에 다다랐을 때 눈에 띄는 ‘반공소년 이승복’의 상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도 분단의 상체기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려니 하면서 우리교육의 빛과 그림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남 지역만도 90년대에 들어와 500여개 학교가 해교 되었고 내년 3월까지 130개 학교가 폐교를 한다고 합니다.

‘국민의 성금을 내서라도 지켜야 할 학교’를 놓고 더 이상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사유화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CBS 1993.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