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3.훈도출신 교사 정년퇴임과, 함께 거들어야 할 대안학교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8:50

훈도출신 교사 정년퇴임과, 함께 거들어야 할 대안학교

(이우송신부, 성공회 대전교구정의실천사제단 회장)

 

7월 여름날 영광의 한 초등학교 교정에서 노 교사의 조출한 청년퇴임식이 거행되었다.

평교사로 정년퇴임하는 노 교사의표정은 남달리 씁쓸해보였다. 일제, 그 시절 행정이 그렇듯 실제나이칠순을 넘겼지만 호적나이66세로 금년에야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이다.

공부를잘해서 우등상을 놓쳐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중학을 마치고 돈이 없어서 도회지의 사범학교로 가지 못하고 일본인만 다니는 보통학교 고등과를 졸업했다.

그리고는 일제 소학교 교사인 훈도시험을 거쳐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교직의 길이 시작된다. 그동안 퇴직과 복직을 거듭하면서 이 나라에 남아있는 마지막 그리고 유일한 훈도출신 교사라는 정년퇴직교사의 큰딸이 귀띔해준 말이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엄격하셨고, 학교에서는 자상하고 훌륭한 선생님 이셨다면서 오는 8월말 퇴임하시는 날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되어 더더욱 기쁘다면서 눈시울을 붉힌다.

퇴임교사의 약력을 보면서 해방이후 훈도가 아닌 초등학교 준교사자격시험을 거쳐 형식적인 새 출발을 했지만 오늘날 우리교육의 내용에 있어서 부끄럽게도 일제의 식민교육이 지속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교육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월요일이면 군대처럼 연병장 같은 운동장에 좌 우열을 맞추고 서서 교장의 훈화를 들어야하고 군복 같은 획일화된 교복을 입고 성적 때문에 매를 때리는 학교, 지시와 전달을 강요하는 복종은 청산되지 못한 채 널려진 식민지교육이며 군사문화의 해악일 것이다.

겉으로 비쳐지는 것 못지않게 내용은 공부 잘해 출세해서 이름을 날리고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일본의 학벌주의는 더 깊게 자리하고 있다.

식민지군사문화의 찌꺼기는 교육계를 비롯해 관료사회 정치계 교육계 등 곳곳에 명문의 학맥으로 엮어져서 몆몆 그룹이 한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교육 현실 속에서 모순을 극복하고자 일어선 사람들이 있는데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들이다. 대표적으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깃발을 들고 교육개혁운동 을 시작했고, 학생과 학부모가 연대해 ‘5·3교육개혁’이라는 미흡하나마 성과물도 얻어냈다. 그런데 지금. 이제까지와는 다른 교육 운동이 시작 되고 있다.

주목할 일이다. 그리고 거들어 주어야 할 일이 생겼다. 문제가 있을 때 마다 회의를 하면서 어김없이 듣는 말이 대안이 뭐냐. 는 것이었다.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운동 이다. 문제점에 대 한 하나의 해답이 되고자 하는 대안학교의 설립이다. 이런 논의가 진행되면서 현실교육의 모순을 극복해 보고자 일어선 사람들이 있는데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요즘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문제점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고자하는 대안학교 설립이다. 새로운 학교의 전범이 되고 있는 거창고등학교를 비롯해 홍성의 풀무학교, 영광의 성지학교에 이어서 광주에 설립되는 새로운 학교이다. 바른 뜻을 가진 동의자 1천명이 설립하게 될 대안학교는 분명 교육운동에 있어서 진일보이다. 성적보다는 인간성을 존중하고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재단특정인의 독선으로부터 벗어나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학교, 더 이상 꿈일 수는 없다.

대안을 실행하는 학교라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가장 변화가 더딘 집단이 종교계라면 변화를 가장외면하고 꺼려해 온 관료조직이 교육계라 할 수 있다.

그들 교육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려웠던 개화기에 한국교육의 기틀을 잡았던 기독교교육, 일명 미션스쿨 또한 전환을 시도할 때이다.

그때보다는 신앙도 성숙했고 신자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돈도 좀 생겼으니 맘만 먹으면 건강한 다수가 참여해 교육개혁의 대안을 제시해 봄직도 하다.

상징적이기도 한 이 땅의 마지막 훈도출신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시점에서 대안학교설립을 준비하는 동의자를 찾아나서는 광주의 7월은 뜨겁기만 하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주보. 빛두레 2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