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5.호남대 비호남의 대결구도를 연장할 생각인가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8:52

호남대 비호남의 대결구도를 연장할 생각인가

 

내일부터 전라남도의 91회 정기의회가 시작되어 35일간의 회기를 맞게 됩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5,6공화국 하에서 국민들과 야당은 어렵게 투쟁해서 단체장 선출이 유보된 절름발이 자치제라도 쟁취해냈습니다.

그리고 시ㆍ도민들이 의원을 선출할 때만 해도 대단한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치열한 선거운동을 했고 대부분의 유권자가 참여해 뭔가 되는 듯 기대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름발이 지자제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제 와서 시ㆍ도민들은 지자제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뽑아준 의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기관에서 국민의식을 조사해 놓은 자료를 보면 시ㆍ도의회가 뭐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이 17% 밖에 안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지자제에 대한 낮은 주민의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ㆍ도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의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감시도 하고, 책망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정권은 하루라도 지자제의 완전 실시를 미루려고 하는데 주민의식이 고양되지 않으면 내무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구시대적 관행과 횡포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 정부 역시 앵무새처럼 문민정부만 되뇌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대의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방의회가 국회 못지않게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쟁점사안이 많을 것이고 중앙정부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자치기구도 됩니다.

지방 언론 또한 쟁점 사안이 있을 때는 로칼방송을 늘려서라도 생방송을 하고 지방의회의 관심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의회민주주의라는게 소수의 정치인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동반될 때 박자가 맞는것 아니겠습니까?

지방의회의 역할 중 크게 3가지를 들면 예산을 심의ㆍ의결하고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집행부에 대한 조례안을 심의ㆍ의결하는 일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심의ㆍ의결입니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94년 전라남도 예산안이 전국에서 최하위여서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박정권이후 지금까지 사회간접시설이 특정지역에 편중되어 있어서 지역간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는데 전남의 기간국도건설사업 예산안이 백십억원 으로 경기도의 4%, 충남의 8%, 경북의 12%로 상정돼 타 지역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수립이후 최악의 지역불균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고장인 전남의 추곡수매량과 수매가 역시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지역 경제는 자생력을 상실한 채 서민의 생활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불균형 발전과 지역감정해소를 내걸고 출범한 김영삼정권의 한계이거나 호남대 비호남의 대결구도를 연장함으로써 PㆍK정권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도로까지 비춰집니다.

이러다 30여년간 누적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기보다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화시대를 맞이해 시ㆍ도민들도 지방의회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의회도 역시 이제껏 도민에게 비춰진 계파싸움과 자질시비를 극복하고 이번 회기를 통해서 보다 밀도 있게 도정을 진단하고 자치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요구됩니다.

[CBS 1993. 11.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