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7.해직교사의 복직. 개혁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8:54

 

해직교사의 복직. 개혁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

 

성서를 보면 예수가 광야로 나아가 40주야를 단식하고 나서 몹시 배가 고왔을 때 유혹하는 자가 와서 ‘당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보사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예수는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사는 것’이라고 버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 허기진 몸으로 5년여 세월을 거리에서 견디어냈습니다. 중요한 결단을 반영시킬 때는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해직교사들 앞에 당국은 ‘선 탈퇴 후 복직’이라는 떡을 내밀며 안 먹으면 치워버리겠다는 입장과 참교사는 떡만으로 사는 것 이 아니라 양심으로 사는 것이라고 거절하는 전교조를 봅니다.

유래 없이 9선 의원이 되어 30년 넘게 의정생활을 했고 한때는 강제로 의회를 쫓겨난 경험 까지 가진 김영삼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간의 사정과 개혁 금융실명제등 상당한 업적을 가지고 한 국정연설이 국회의원들에게는 박수를 칠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국정연설의 관심있는 요지 중에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기 위해서는 우리교육이 개혁되어야 한다. 인간 교육과 공동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등을 추상적으로 나열했습니다.

사실 암울했던 군사정권하에서 지금까지 초지일관 줄기차게 주장해온 전교조의 목표가 바로그것 이었습니다.

이 땅에 교육 개혁이 너무 절실해서 택한 최선의 방법이 전교협이고 보다 발전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이 전교조를 탄생시켰습니다.

전교조는 민의를 모아서 지난 13. 14대 총선과 지방의회에 까지 진출할 만큼 정치적 역량도 갖추었습니다.

이들은 해직된 5년 동안 오직 학교로 돌아가고픈 열망으로 꿋꿋이 견디어 왔습니다.

오늘에 와서 과거에 옳다고 믿고 행동한 일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교단에 복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전교조가 현행법에 어긋나는 한편 ‘선 탈퇴 후 복직’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당국의 주장과 일선 교장들의 반대를 이유로 선 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수구 교육관료들의 주장에 밀린 김영삼대통령의 개혁 정책으로 밖에’ 달리 볼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금 암묵적 후견인으로 지켜보던 현직교사들이 대구에 이어서 충남. 인천. 제주등지에 서 잇달아 해직교사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나왔습니다.

이 지역 ‘광주. 전남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해직교사 복직을 촉구하는 서명과 교육 대개혁을 촉구하는 가두 홍보 활동이 도심에서 시작되어서 당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제 와서 더 이상 해직교사의 복직에 당위성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오늘의 현실은 복직을 전제로 한 형식적 결과로 협상의 교착상태로 보고 어떤 해법이 당국과 전교조가 공동의 승리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이 시점에서 답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김영삼대통령 자신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지도자의 진정한 힘은 수구보수 세력에 기대어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길과 갈채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참교육을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해직교사의 복직을 김영삼 개혁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로 선택해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당국은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CBS 1993.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