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6.현직 검사들조차 ‘수사를 했다는 거냐.’는 중간수사발표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8:54

현직 검사들조차 ‘수사를 했다는 거냐.’는 중간수사발표

 

국회노동위원회 돈봉투사건에 대한 중간수사발표가 있었습니다.

한국자본의 사장을 비롯해 임원 몆명을 제3자 뇌물교부혐의로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가 일단락되고 일단 돈봉투를 받은 의원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자 긴장하고 있던 여.야는 한결같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검찰이 확인해준 결백에 편승한 여당의원 중에는 별것 아닌 사건에 언론이 과장해서 정치권만 상처를 입었다면서 야당과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아직 수사종결이 아닌 중간수사발표를 보고 노동위 의원들이 김말룡의 원에게 확인되지 않는 말로 국회와 노동위의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김말룡의원의 폭로에서 시작해 보름에 가까이 국민들의 표적이 되어왔던 사건이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결론으로 수사를 마무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황당하고 어이없어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

현직 검사들조차 ‘수사를 했다는 거냐.’는 반응과 함께 창피하다는 말을 했다는데 알만한 사람은 다 짐작하는 정황과 증거들이 곳곳에 있는데도 충분히 수사하지 못하고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체 자보측의 자백에만 의존하는 안이한 수사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재벌기업이 짜맞춰놓은 각본에 따라서 진행되는 검찰에게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구요.

결국 이번 사건은 뇌물을 준적도 받은 의원도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는데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라는 국민적 요구에서 출발한 검찰수사가 사건의 핵심인 수뢰 혐의를 밝혀내기는커녕 정치권에는 면죄부를 주고 국민에게는 의혹만 부풀린 미제의 사건이 될 전망입니다.

도대체 정권수뇌의 한마디 하달이면 알아서 기던 서슬 퍼런 검찰이 돈봉투사건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 정치권에는 약해서 못 밝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청와대의 지시가 거기 까지만 내려오다가 만 것인지, 대다수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금융실명제 타령은 더욱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실명제 이전에는 계좌추적이 가능했는데 실명제실시 이후에는 개인의 예금계좌추적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서 뇌물수뢰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는데 그렇다면 금용실명제가 범죄에는 유리한데 범죄수사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말인지 실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토록 목청 높여 외쳐댄 김영삼대통령의 깨끗한 정치와 문민개혁시대에 처음 터전 정치권의 돈봉투사건에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다 알고 그럴리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과묵하실 일이 따로 있지 지금은 문민대통령의 의지를 보일 때입니다.

그동안 정치자금을 빙자해서 끝도 없이 되풀이 되어온 정치권과 기입인의 뇌물이 시치미를 뚝 떼어가며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문민정부의 초기에 도덕성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물론이고 위증과 번복으로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듯 김영삼정권은 말기까지 우롱이나 당하고 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이 다소 시일이 걸릴지언정 완전히 끝난 사건이 아니길 바라며 사건의 섣부른 매듭은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함께 김영삼정권의 개혁작업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CBS 1995.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