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28.응시생을 기만해온 손해사정인 시험제도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15

 

응시생을 기만해온 손해사정인 시험제도

 

지난주에 손해사정인 시험의 합격자 발표를 보면서 혹시 기사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광주의 모일간지에 게재된 인터뷰기사는 자동차보험업무와 관련된 대인분야에서는 3,880명 중에 단 한명만이 합격했습니다. 그것도 한명이 일등으로 합격한 것인데 제가 보기에 오히려 한명 뽑는 시험에 들러리를 선 3, 779명의 낙방이 기사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손해사정인 재도는 78년에 개정된 보험입법에 의해 채택되었습니다.

손해보험의 기능이 보험사고 발생 후에 피보험자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니 신속하고 적정한 보험지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자칫하면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위하여 피보험자니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금이 지급될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와 피보험자간의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고 타당한 사정을 위해 전문 지식을 갖춘 손해사정인 제도가 생겼습니다. 일종의 변호사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전 까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기준을 가지고 보험사가 사정해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손해사정인이 생겨나면서 모든 사고는 손해사정인에게 맡겨지게 되어있습니다. 보험회사에 고용된 손해사정인은 아무래도 보험사를 편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피보험자가 사건을 개업한 손해사정인에게 맡기면 고용사정인은 사정을 중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됨으로서 손해보험사들은 개업한 손해사정인의 활동을 손해보험사의 피해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험사고와 관련해서 손해사정인의 필요성과 활성화가 요구되어 85년에는 대인, 대물 종합으로 240명의 손해사정인을 뽑았고 92년에는 대물 분야에서 200명이니 뽑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간의 판례를 무시하고 금년에는 대물에서 13명, 대인분야에서 1명만을 합격시킴으로서 손해사정인의 활성화에 쐐기를 밖은 것입니다.

 

손해사정인의 사정을 피해로 인식해 온 손보사들의 로비 의혹이 아니냐는 의혹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의혹이 아니라 손보사들에게 못마땅한 제도이거든요.

시험감독기판인 보험감독원이 발표한 까다로운 합격조건이니 시험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무더기로 응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손해사정인이 신종유망직종으로 매스컴을 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거나 시험 준비 학원과 교재판매입자들이 누구나 조금만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선전해 응시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주장은 당치도 않는 항변에 불과합니다.

손해사정인 못지않게 각광받아온 사법 행정고시도 예정인원을 고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정인 제도 역시 애초에 대인 한명, 대물 13명이라고 예정인원을 고시했어도 15,000 명이 몰려 단일시험사상 최대의 경쟁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가뜩이나 실업난에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잠시 환상에 빠지게 하고 시간과 재물을 낭비 하게 하는 결과는 아닐까요.

또한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가슴을 조여야했던 수천명의 가족들 가슴에 쇠못을 박게 하는 이런 시험제도야 말로 개선해야 할 제도로 여겨집니다.

 

이 기회에 보험감독원은 항의하지 못하고 고개 숙인 응시자들에게 사과하고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험이란 사적 부조가 아닌 공적 부조로서 복지사회가 지향하는 마지막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험사의 공익성을 감독해야 할 보험감독원의 책임은 막중 하고 공정해야 할 것입니다. 나쁜 사람들입니다.

[CBS 1994.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