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31.엑스포 핵심전시물을 보존해라.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17

엑스포 핵심전시물을 보존해라.

 

지난 8월에 개막된 대전엑스포가 이제 이틀 후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엑스포 폐막을 앞두고 연일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이는 박람회장을 가보았습니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박람회장은 날씨에 아랑곳없이 입장대기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공연장과 국내 제1전시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내장객이 많다는 것은 엑스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호응을 나타낸 것으로서 국민 세 사람당 1명이 박람회장을 찾은 꼴이 됩니다.

한편 외국관람객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4.6%인 것으로 나타나서 국제적인 행사라는 엑스포가 국내행사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관람 숫자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가능합니다.

한 예로 개막 초부터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입니다.

인도관은 전시관 전체가 상점화 되어 있는데다 최근 폐막이 임박하면서 중국관을 비롯한 국제관들이 대폭 세일에 들어가서 시장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부작용과 비판도 있으나 어쨌든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엑스포는 국내경제의 활성화와 서비스산업의 발전, 국제화 등을 앞당기는데 크게 공헌을 했습니다.

이제 엑스포 폐막이 임박하면서 철거되는 전시물중 핵심물 만이라도 계속 전시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교육적 가치가 높은 전시물이 적절한 장소에 전시해야 하는 이유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가는 기술 개발의 요구와 한곳에서 각 나라의 문화를 스케치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대전 엑스포는 미래지향적인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 한국의 비젼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의 개발에 촉매제도 되었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한 각 나라의 문화적 유산을 보게 되었고 매일 방영되는 언론사의 다큐멘터리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국제성을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엑스포에 참가한 108개국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한 국제관은 철거된다고 하는데 사실 저만 하더라도 줄서기에 급급해서 전시관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습니다.

1천 3백만이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하지만 핵심전시물을 관람한 수는 절반이 훨씬 못될 것입니다.

따라서 엑스포가 끝난 후에 핵심전시물이라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그런 결정을 못하고 철거해 버리면 후일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영구 보존되는 대전 엑스포의 의의를 살리고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참가국 또는 참가업체와 협의를 통해서라도 핵심전시물이 계속 전시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됩니다.

[CBS 1993.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