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33.악법도 법이라니?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19

악법도 법이라니?

 

예수의 행적을 뒤적거리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소견을 밝히기로 했다. 예수라면 이 사대를 어떻게 사실까.

2천년 전 팔레스타인의 변방에서 민족모순과 계급모습이 뒤엉켜 비인간화 되어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살아가다 급기야 역사의 한 복판인 에루살렘으로 발걸음을 옮겨 유다인의 왕이라는 정치범으로 잡혀 당국자들에게 죽임 당함으로서 하느님의 아들이 라고, 아니 그 분이 하느님이라고 불리우셨던 예수.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뒤에서 사주 하지 않고 몸소 범법자가 되신 예수.

인간이 만든 하늘의 법을 어겨야만 했던 예수의 속생각을 헤아려 본다.

시대는 수천년이 흘렀건만 오늘도 그분의 기운을 이어받은 제자들은 많다. 그 중 내가 아는 어떤 목사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법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지만 사실은 법이 사람을 섬겨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게 해달라고, 사람 먼저 내시고 그 뒤에 법을 주신 하느님께 이 순서에 따라 날마다 결단하며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8일 이 지역 전남대학교와 부산의 모 대학교에서는 북한의 공화국기가 내 걸렸다.

이 땅의 헌법수호자인 대검찰청은 대학생들의 공화국기 개양사건과 관련해 관계자 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처벌하라고 관할검찰청에 지시를 내렸고, 이인섭 서울시 청찰청장도 건국대 공화국기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올 갖고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므로 실정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즉각적인 대규모 경찰병력이 대학구내로 들어가 공화국기를 압수하는 가운데 돌과 화염병을 거머쥔 대학생들과 최루탄을 난사하는 이 땅의 청년들은 개인적인 감정 없이 적이 되어 한바탕 전쟁을 치루었다.

전대협 조.통위원장 김명하가 말하는 속사정은 ”본래 학생들이 부각시키려 했던 것은 단일기이며 갈라져 있는 남북의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태극기와 북한의 공화국기를 내걸고 조국의 상징으로 단일기를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국가보안법 어기기 운동의 하나로 시작된 3기 게양사건은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국민들로부터 소외 되거나 지지를 반감시키는 올바른 운동방법이 아니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나 심판은 후일에 사가들이 할 일이니 섣부른 판단은 말 일이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기형아적인 후예들에게 묻고 싶다. 역사 이래 악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당국자들의 순리에 따라 신사적으로 말해서 고친 일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주인이시며 선생이신 예수께서는 그렇게 가르치지도 그렇게 살지도 않으셨다. 안식일법이 시대의 악법인 것을 보사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하시며 무시하고 만다.

오늘 말로 바꾸어 말하면 이렇다 "국가보안법이 무슨 소리냐? 악법도 법이니 지키라니 그 법이 국가안보를 지켜준단 말이냐. 법이 곧 사람을 위한 법이거늘 악법이면 선한 법으로 바꿔야지 하시며 악법이 쳐 놓은 철조망을 뚜벅 뚜벅 걸어가 몸소 실정법을 어겨 시대 의 범법자가 되신분. 그 분이 평화의 임금으로 오신 그리스도이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 줄 몰라서 문익환목사는 북한을 다녀오셨는가. "우리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대로 신앙이란 몸으로 사는 거고, 악법 이면 무시하고 어김으로 폐지시키는 게지”하는 노목사의 속맘을 우리들 신앙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당국자가 만난 김일성씨는 국가주석이고 문익환목사가 만난 김일성씨는 적성국의 수괴란 말인가.

음식은 두 사람이 같이 먹어도 한사람은 피와 살이 되고, 또 한 사람은 설사를 해 똥국물로 흘려버릴 수 있다.

법이란 모두에게 공정할 때 법이지 상한 음식처럼 사람에 따라 피와 살도 되고, 똥국물로 흘려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밀수꾼 1호라 불리는 문익점선생이 누구 허락받고 붓뚜껑에 목화씨를 숨겨 넣어 왔겠는가. 이 백성 따뜻이 살리겠다는 선비의 열정을 국법 운운하지 않고 후대 역사는 교과서에 실어 높이 치하하지 않는가.

유엔본부 앞 만국기 대열속에 떳떳하게 태극기와 공화국기를 개양하고 연일 보도하며 당국자들이 나와 앞 다투어 자화자찬, 감동하래서 ”아하, 나도 이제는 남한과 북한이 함께 가입한 유엔정회원국 국민이 되었구나. 하는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한 예수를 주인으로 고백하는 우리들 끼리 하는 말이지만 이제는 그런 악법 따위는 없는 듯이 무시하고 살 일이다.

늦게나마 공화국기 개양 방침을 철회한 학생들의 행위에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어른스러움과 너그러움에 갈채를 보낸다.

1992.5.31. (새누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