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76.기독교인들은 추석에 추수감사절을 지켰으면..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20:02

이우송사제칼럼

기독교인들은 추석에 추수감사절을 지켰으면..

 

청취자 여러분! 아침에 송편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역시 추석은 우리 민족의 명절 중 가장 큰 명절인 것 같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계절에 흩어진 가족이 모이고 한 해의 추수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해서 조상의 은덕이라고 믿고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일 이것은 분명 간직해야할 미풍양속입니다.

조상님 제사를 핑계 삼아 가장이 계시는 곳에 한 자손이 모이게 되고 조상님께 바친 음식은 결국 자손이 먹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손질도 하고 어른부터 차례차례 큰절을 올리고 앉아서 고인들의 살아생전에 겪었던 고난과 역경 또는 미담과 가풍을 들으며 오늘을 사는 자신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족대이동을 방불케 하는 추석은 고향을 찾는 차량행렬과 성묘의 발걸이 다소 불편할지인정 자랑스럽습니다. 마치 신앙의 메카를 찾는 순례객을 보는듯 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 가족 중에 깨인 기독교인들의 경우는 늘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종교보다는 오히려 철학에 가까운 유교문화권에서 생성된 제사양식을 초기의 선교사들은 토착문화를 무시하고 서구 기독교식의 예배로 제사를 폐지하고 작게는 제사의식에서 크게는 천당과 지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초기에는 기독교의 고난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까 교회 안에도 추석과 같은 의미를 담은 절기가 있습니다.

성서에 수장절이라는 근거도 있지만 추수감사절 이라 하여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덕이라 믿고 감사의 제사를 드립니다. 이것은 1789년 미국 정부에서 제정한 이후 미국교회의 선교를 받아온 교회들 이 11월이 되면 지키는데 Thanks giving Day라 불리는 국경일에 추수감사절을 지금까지 별 비판 없이 답습하는 자세는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자못 서방 기독교 우월주의로 비쳐 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아프리카를 비롯한 3세계 기독교에서는 토착화된 기독교가 꽃을 피우고 있으며 스위스 개혁교회니 독일의 복음주의 교회도 추수감사절을 9월에 지켜오고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미 우리교회도 우리의 역사, 문화, 그리고 우리 민속과 거리가 먼 미국 국경일에 미국교회 프로그램을 흉내 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 우리 나름대로 계절과 정서에 맞게 사기를 정할 수 있도록 기독교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서양 속담에 ‘도시는 사람이 만들고 농촌은 하느님이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도시문명시대에 도시에서도 추수감사절이 필요한가. 하는 반문도 생길 수는 있으나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성장한 곡식과 열매가 우리 생명을 살려주는데 하느님의 은덕에 감사하든 조상님 은덕 에 감사하든 추수기가 되어 초월적인 은사 앞에 감사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임에 틀 림이 없습니다.

끝으로 우리 민족의 고유 명철인 추석과 추수감사절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비슷한 바에 우리 민족의 전통에 기독교의 진리를 접목시킨다는 차원에서 추석을 전후한 주일에 감사절을 지킴이 어떤지 제안을 합니다.

[CBS 1993.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