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좋다 2009/6/24(수) 있는 그대로가 좋다 온 천지가 꽃이다.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속뜰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철 따라 꽃이 핀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제 철이 와도 꽃이 피지 않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끔찍하고 삭막하겠는가. 이 어디서 온 눈부신 꽃들인가. 꽃은 하루 아침에 ..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무 말랭이를 말리며 무 말랭이를 말리며 .. 다시 겨울이 왔다.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차분한 때다. 나 무들은 할 일을 다 마치고 안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대지와 함께 숨결을 고르는 그런 때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오면 서 움트고 펼치고 떨구면서 살아 온 제 그림자를 내려다보 고 있을 것이다. 개울물도 숨죽여 흐른다. ..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두타행(頭陀行) 두타행(頭陀行) 두타행(頭陀行) 아침 저녁으로 선들바람이 불어온다. 산빛이 바뀌고 있다. 초록이 바래져 갈색이 조금씩 늘어난다. 계절이 바뀌면 산도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철 문에 드리웠던 발이 을씨년스럽고, 삼베옷은 까칠하고 말린다. 무더위가 오기 전 빨아서 챙겨둔 무명베옷을 꺼내어 풀먹..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잊을 수 없는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 수연(水然) 스님 ! 그는 정다운 도반이요, 선지식이었다. 자비가 무엇인가를 입으로 말하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그런 사람이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그는 사소한 일로써 나를 감동케 했던 것이다. 수연 스님 ! 그..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몇 아름 되는 큰 소나무 가지 위에서 새처럼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살던 스님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그를 조과 선사(鳥菓禪師)라 불렀다. 그때 까치가 같은 나무의 곁가지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사람과 새가 길이 들어 사이 좋은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가을 들녘에서 가을 들녘에서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써 추수를 해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면서 곱게 물..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쥐이야기 쥐이야기 산사(山寺)의 가을은 바람결에 묻어 온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은 완연히 달라진다.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무덥고 끈적거리던 그 바람결이 오후가 되면 어느새 습기를 느낄 수 없도록 마른 바람으로 바뀐다. 문득 초가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절에서는 여름 안거(安居)가 끝난 해제..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빛과 거울 빛과 거울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짐 지고 왔더니 고단해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끝은 차고 산골에는 이따금 눈발이 흩날린다. 아까 산길..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한 생각 돌이키니 ◎ 2009/6/24(수) 한 생각 돌이키니 봄은 밖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안에서도 봄은 움튼다. 천지에 봄기운이 넘칠 때 우리 마음속에서도 스물스물 봄기운이 기지개를 켠다. 남쪽에서 묻어오는 꽃소식에 맞추어 응달의 잔설을 접어둔 채 내 둘레에 봄맞이 채비를 했다. 삼월 한 달을 일꾼들과..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오다 ◎ 2009/6/20(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오다 지난 동안거 결젯날, 절에서 늦게까지 일을 보고 내 거처 로 돌아올 때였다. 오전에 비가 내렸다가 오후에는 개었는 데,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 접경에 들어서자 예전 표현으 로 맷방석만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보름달을 안고 돌아오 는 길이 너무 충만해 .. 도담방/불가의 도담방 2010.03.13